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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30대 중반.


손 떨림을 주제로 시작했습니다.

술잔을 받을 때나 무엇을 건네줄 때 손이 떨린다고 합니다.

여러 생각과 느낌이 든답니다.

부끄럽고.. 내가 왠지 정상이 아니어 보여 위축되고.. 자리에 있기 불편하고.. 기타 등등

우리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사이입니다. 저나 그분이나 과녁에 한번에 적중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손이 떨리는 증상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 중화하였으면 하는 마음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못했습니다. ^^;;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나 : (아무래도 긴장, 불안이나 화 폭발을 참은 것과 관련이 있을 법한데..)
언제부터 그런 일이 있었는지, 그런 이유가 무엇인지 등 여러 측면으로 묻습니다.

내담자 : 고등학교 때 술잔 건네면서 처음 알았답니다. (^^ 이분 술 좀 하셨네요!)


... 그런데 .. 뾰족한 답이 잘 안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거슬러 가야죠.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사건을 다루다 보면 무의식은 과거 사건을 드러내 주지요.


나 : 두드리면서 말한다.

내담자 : (두드림 당하면서 말을 따라한다) 몇 주 전 회식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술을 따르는 데 손이 떨려서...
이런 생각, 저런 느낌이 들고...


세션이 주욱 흐릅니다.


나 : 몇 주 전 선생님을 동산에서 위로해 주세요.

내담자 : (위로하다가) 어.. 제가 작아졌어요. 어린아이가 되었네요.

나 : (아이가 왜 작아졌을까?)


제가 알 리가 없죠. 추측하지 말고 내담자에게 물어 봐야죠. 내담자는 모든 해답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 :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죠? 아이가 지금 느낌이 어때요?

내담자 : 슬퍼요..

나 : 그 느낌과 관련해 떠오르는 기억은요?

내담자 : 성추행 당한 것.


오오.. 현재 내담자의 내면은 손 떨림보다는 이것을 택했습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지요.
다만 우리의 얕은 지식으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냥 내면의 인도자를 따라가지요.

억지로 손 떨림으로 이끌 필요 없습니다. 성추행 역시 직간접으로 손 떨림과 연결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어릴 때 친척 집에 1년 정도 맡겨졌답니다. 그곳의 생활은 어린아이에게는 힘들고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내담자는 회상합니다.

친척집에는 남고생 친척이 있었는데 빈방에서 이따금 자신의 그곳을 애무하라고 시켰답니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내담자는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그 말을 듣기는 들었지만 직감적으로 싫었답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그때의 찝찝한 감촉들을 말하며,
혼자 있어 그런 일을 당한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며,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때 없는 억울함을 말하며,
자신이 바보 같아 그렇게 되었다는 자책감을 뱉으며 내담자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서로 숨이 느껴지는 그 따뜻한 거리에 마주하고 있는 제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30년 만에 다시 직면한 상처를 내담자는 오롯이 견뎌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 : 이제 선생님은 성인입니다.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닙니다. 그건 과거의 일이죠.
이제 그 상처를 다룰 힘이 있습니다. 피하지 말고 그대로 감싸 안으세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분의 흐느끼는 손에 제 손을 얹었습니다.   


(제가 약간 동성애 끼가 있기는 합니다.^^)


내면의 어린아이를 치유하고 그 친척을 이해, 용서했습니다.

내담자의 솔직함과 용기에 저는 지지를 보냈습니다.


나 : 이 얘기 처음이신가요?

내담자 : 네.

나 : 후련하시겠네요. 솔직하게 용기를 내셨네요. 좋습니다.

내담자 : 고맙습니다.

나 : 가장 큰 상처의 자리가 가장 큰 치유의 자립니다. 성장의 자리기도 합니다.


세션은 여기서 끝났습니다. 손 떨림? 못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 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다룬 것 같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은 제때에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우리는 만났습니다. 어제 성추행 이야기가 잠깐 나왔습니다.

내담자 : 세션이 좋기는 좋네요. 이제 이런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니.. ^^

나 : 그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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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레벨:30]자연스러움 2009.07.09 08:09
    나무선생님 이번 김해특강 때의 개인세션 사례를 올려주셨군요.^^
    적절한 리프레이밍과 중화작업을 해주셨네요.

    무엇보다 이번 특강에서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조화와 일치!!!
  • ?
    [레벨:3]성공남 2009.07.30 01:45

    잘 읽었습니다.말로만 듣던 남자가 성추행당한다는 것이 존재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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