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골퍼' 최나연(22ㆍSK텔레콤)이 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무대 도전 '54전 55기'의 기적.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단 한번도 컷탈락을 한적이 없다. 기량은 완벽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우승은 없었다.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했다. 　부족했던 2％의 열쇠는 바로 마음 다스리기였다. 최나연은 최근 심리치료, 심리컨설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두 달전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심리치료를 시작한 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혹시나하는 마음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미야자토 아이와 수잔 페테르손(노르웨이)의 심리치료사였던 미국인 여성 심리컨설턴트를 만난 지 2주. 그동안 기초적인 상담만 2번 받았을 뿐인데 결과는 놀라웠다. 20명의 최고선수들만 출전하는 삼성월드챔피언십, 2명이 한 조로 나흘 동안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매치플레이같은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 최나연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가장 중압감을 느낀다는 1.5m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최나연 첫 우승 비밀은 '마음 다스리기'

2차례 기초 심리치료 받은 뒤 안정세 … LPGA 54전 55기 기적 일궈

◇최나연

　▶마음을 다스리면 천하를 얻는다

　미국에서 최나연을 돕고 있는 양영의 매니저는 "사실 심리치료는 초기단계다. 인사를 나누고 심리상태에 대한 진단과 간단 처방을 받은 정도다. 브리티시오픈 때 심리치료사를 만났고, 삼성월드챔피언십 이후 시즌이 끝나고 본격적인 치료 상담을 받을 예정이었다. 초기 단계였지만 최나연 프로가 정신적인 안정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최나연은 우승한 뒤 "내 자신에게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향한 자신감 응원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윤성원 박사는 "대부분의 톱레벨 프로선수들은 이런 저런 형태의 심리 컨설팅을 받는다. 이를 통해 위험상황에 빠졌을 때 헤쳐나올 수 있는 방법을 익힌다"고 밝혔다.

　체육과학연구원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김병현 박사의 주장은 더 구체적이다. 김 박사는 "최나연 신지애 미야자토 아이 등 최고선수들은 기술로는 이미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심리적인 요소가 80％ 이상이다. 심리치료를 받으면 긴가민가하는 의심이 사라진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확신이 들면 경기력은 급상승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최나연의 경우 단기처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본인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고리, 즉 결과에 집착하고, 상대를 의식하는 등 나쁜 여러가지 생각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간단 치료와 대응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이렇게 빠른 결과물을 감안할 때 최나연은 주위에서 말하는 새가슴이 아니라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지닌 선수"라고 덧붙였다.

　▶우승은 우승을 부른다

　양용은은 PGA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둔 뒤 "한국과 일본에서의 우승, 특히 지난 3월 혼다클래식 우승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지난해 서희경은 3년간 무승으로 고생하고 후반기 첫 대회인 하이원컵에서 우승한 뒤 내리 6승을 챙겼다. 서희경은 "우승을 하자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남녀 골프대회에서 단골 역전우승자는 타이거 우즈, 신지애, 서희경 등 자주 우승하고, 우승과 누구보다 친한 선수들이다. 최나연도 이제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최나연, 천운을 타고났다

　최나연의 아버지 최병호씨는 "지난 2년간 우승을 못했지만 한번도 불행이라 여긴 적 없다. 나연이가 느렸다기보다는 신지애 김인경 등 1년 후배들이 더 빨랐을 뿐이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올해말 SK텔레콤과의 계약이 끝난다. SK텔레콤은 고교 2년이었던 최나연을 발굴해 계약한 뒤 어려운 고비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스폰서십을 이어갔다. 최병호씨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나연이는 2년전인 2007년 9월 21일 KL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번에도 극적인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냥 내 딸이 천운을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우리가 스폰서에 뭔가를 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