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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은 오후, 멀리서 한복의 여자가 손을 들어 귀를 만진다.
그 귀밑볼에 검은 혹이라도 있으면
그것은 섬돌에 떨어진 적은 꽃이파리 그늘이 된다.

구름은 떠 있다가
중화전의 파풍(破風)에 걸리더니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는다.

이 잔디 위와 사도(砂道)
다시는 못 볼 광명(光明)이 되어
덤덤히 섰는 솔나무에 미안한 나의 병,
내가 모르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어리석음에 취하여 술도 못 마신다.
연못가로 가서 돌을 주어 물에 던지면,
끝없이 떨어져 간다.

솔나무 그늘 아래 벤취,
나는 거기로 가서 앉는다.

그러면 졸음이 와 눈을 감으면
덕수궁 전체가 돌이 되어 맑은 연못 물 속으로 떨어진다.

덕수궁의 오후 / 천상병









가을날 / 노천명

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은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예저기 흩어져 촉촉히 젖은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허리띠 같은 길을 내놓고
풀밭에 들어 거닐어보라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
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
계절의 아픔이 깃들었다

곱게 물든 단풍 한 잎 따들고
이슬에 젖은 치마자락 휩싸쥐며 돌아서니
머언 데 기차 소리가 맑다









가을이 오면 / 용혜원

가을이 오면
가을 빛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가을 비에 젖어가을 색으로 물든
가을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어도
좋아한 사람
좋아한다는 말은 없었어도
사랑한 사람 그리움은
그리움일 때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가을이 오면..내 마음은
진실을 말하고 싶어집니다.

가을이 오면..
가을빛 사랑을 하고 싶어집니다.

외로운 가을이 오면
그대와 함께..

내 생애 단 한번 영원히 잊지못할
그런 가을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낙엽 / 에이츠(William Butler)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 위에 가을은 당도했다,
그리고 보릿단 속에 든 생쥐에게도.
우리 위에 있는 로우언나무 잎사귀는 노랗게 물들고
이슬 맺힌 야생 딸기도 노랗게 물들었다.

사랑이 시드는 계절이 우리에게 닥쳐와
지금 우리의 슬픈 영혼은 지치고 피곤하다.
우리 헤어지자,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저버리기 전에,
그대의 수그린 이마에 한번의 입맞춤과
눈물 한 방울을 남기고서.







은행나무 / 강민숙

내 죽어
한 그루 은행나무가 되리
평생을 마주 보고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사는
은행나무가 되리
비가 오면 같이 비 맞고
눈이 오면 함께 눈 맞으며
고통도 사랑도
마지막 한톨까지 나누고 나누어
아무 두려움 없이
환히 바라보이는 길을
걸어서 가리
천년을 지키며 가리
우리의 약속
주렁주렁 열매로 피어날때까지
버티어가리
한자리 한곳에서만
씨를 뿌리고
마음을 꼭꼭 주면서
그렇게 그대 곁을 지켜가리









낙엽 / 구르몽

시몬, 나뭇잎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구나.
낙엽은 땅 위에 버림받은 나그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녘의 낙엽 모습은 쓸쓸하구나.
바람에 불어칠 때마다 낙엽은 상냥하게 외치거니.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힐 때면 낙엽은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누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감싸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 / 김상용

달이지고
귀뚜리 울음에
내청춘에 가을이 왔다.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이번 여행은 가을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모든 것 다 잊고, 이곳이 어디인가도 생각않고 오로지
가을만 생각하며 걷기도 하고, 느끼기도 하면서 보낸 시간들이었다.
그곳에서 쓸쓸함도 만나고 행복함과 스치기도 하면서..

가을날의 덕수궁.. 고궁을 둘러본다는 개념이 아닌,
장소는 고궁이지만 보이는 것은 가을 뿐이란 마음으로 거닐었던 하루였다.
그곳에는 詩와 낙엽과 가을이 가득해있었다.




  • profile
    [레벨:30]자연스러움 2008.11.05 20:33
    계원장님 덕수궁에 다녀오셨네요.^^

    멋진 시와 노래와 직접 촬영하신 사진들이 이 가을을 더 풍요롭게 해주네요.
    마치 한편의 긴 서사시 처럼 우리 마음 속에 뭍어 두었던 그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불게 물든 단풍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열정과 사랑으로 불타는 AKEFTer가 되었으면 합니다.^^

    원장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조화와 일치!!!
  • ?
    [레벨:2]시모 2008.11.06 03:21

    사랑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너무 좋아요! 고맙습니다.

  • ?
    [레벨:2]성공해탈 2008.11.06 19:30

    멋진 사진들과 글들 감사드려요^^
    어느 곳보다 이곳에서 가을을 물씬 느낄 수 있네요!

  • ?
    [레벨:1]살랑바람 2008.11.08 06:30

    우선 가슴을 흔드는 음악에 눈물이 주르르 . 아직도 내 속에는 슬픔이 많이 고여 있나 봅니다. 아름다운 시와 음악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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