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축구 포지션 뭐냐?

by 나무 posted May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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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또 다문화가정 아이 사례 올립니다.

담임:

온갖 욕설과 싸움으로 학교생활을 해요.

그런 아이가 이해되지요. 아이가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상담을 신청했어요.


아이 도착!

포~스! 느껴집니다. 인상과 자세에서.

못마땅함과 화가 차 있고 웬지 거부적인 자세.

마주 앉았으나 저를 바라보는 일이 없습니다. 시선, 고개, 몸 자체가 모두 45도 이상 돌아가 있지요. 1시간 내내 이렇게 상담했지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시선 마주침이 없을 수 있지요.

아.. 사실 제 앞에 있는 아이는 상처받고 힘겨운 아이였습니다.

저 문제아라는 껍데기 속에는 사랑과 인정에 굶주린 허전한 내면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외로 꼰 그 아이를 보며 마음 속 측은함이 올라왔습니다.


나 : (저 외로 꼰 모습이 저 녀석의 인생을 대변하겠네..) 안녕?

학생 : 네.

나 : (잘못 말붙였다간 욱! 하고 튈지 모르니 주변 이야기 해야지)가벼운 이야기를 합니다.

학생 : 의외로 대답을 잘 합니다.

나 : 뭐하고 노냐?

학생 : 축구요.

나 :  축구 포지션은 어디냐?

학생 : 수비수요.

나 : (저 녀석 성격에 수비만 하기는 답답할 터인데?) 공격수는 안 해?

학생 : 공격하다 볼 빼앗기면 창피해요.


창피해? 이제! 보이기 시작합니다. 집중적으로 물어봅니다.

그 결과 작년에 공격하다 수비수에게 볼을 빼앗겼는데 같은 팀 아이 하나가 제대로 못 한다고 몇 번 놀렸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아이를 두들겨 패서 피나고.. 보건실 가서 혼나고.. 축구는 결국 난장판이 되어 끝나버리고.. 때린 아이에게 미안하고 내가 뭔 짓을 했나 자책도 되고, 놀리니 화도 나고..

이 사건 이후로 공격수를 단 한번도 맡은 적이 없습니다. 그날의 모든 것이 떠오르기 때문에 아예 수비수라는 안전지대로 회피한 것이죠. 안전하게.

동시에 관련된 인생의 한 면 역시 기가 꺽이고 회피하고 있겠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확률이 있지요.

다문화가정의 아이라 이 일말고도 여러 가지 상처가 있는데 이 일도 상처가 되어 이런 식으로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AKEFT를 하고 영화관 가보니 그 싸운 친구랑 화해하고 있답니다. 실제로는 화해한 적 없었다고 합니다.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많은 이슈가 있습니다. 앞으로 그것들을 중화해야 합니다.

오늘 그 시작을 했지요.

다음번에 물어 볼 것입니다.


“야, 축구 포지션 뭐냐? 바뀌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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