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이 글이 도움되기를 바랍니다.^^

by 나무 posted Jun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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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상세히 설명을 붙여 썼습니다. 여러분의 세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초등 5학년 남자아이.

담임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녀석은 그렇게 자주 싸운답니다. 욕하고 싸우고.. 욕하고 싸우고..

다문화가정 아이입니다.

저는 혹시 다문화 관련 해 이슈가 있나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나 : 욕 들으면 기분이 어때?

학생 : 화나요. (말하면서 한숨 푹 쉽니다)

나 : 답답한 것도 있나보다.

학생 : 네.


‘화나요’ 라고 말은 했지만 녀석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언어와 비언어가 다른 경우인데 이때는 비언어적 메시지가 더 진실에 가깝습니다. 언어에 속지 마십시오. 그래서 저는 ‘답답한 것도 있나보다’ 하고 학생의 반응을 고쳐서 받아주었지요.

화나니? 하고 받아주었다면 평범한 수준의 상담입니다. 내담자의 깊은 것을 읽어주어야지요. 답답함을 알아주고 받아주니 내담자는 더욱 열어놓게 됩니다. 거듭 말하지만 공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학생 : 목을 돌립니다.

나 : (목 돌리는 것을 유심히 봅니다. 초등생이 목을 돌리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 나이에. 그래서 유심히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나 : 갑자기 목을 돌리네?

학생 : 네. 아파요.


속으로 다 계산이 됩니다. 자식 답답함과 관련된 목의 통증이군.


그런데...

... 대화가 미궁에 빠졌습니다... 특별한 감정이나 사건을 떠올리지 못하고 ‘답답’ 함 만 가지고 계속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때 세션하는 사람은 자칫 자신감을 잃고 내담자와 같이 미궁에 빠지기 쉬운데 여러분, 여기서도 다 길이 있습니다. 작업의 기본은 항상 ‘현재’에 있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답답함 가지고 하다보면 다른 것이 나올 수 있겠죠.


그래서 저는 현재의 이 ‘답답함’ 가지고 세션을 진행하기로 맘먹었습니다.

근데 이 녀석 대단한 강적입니다.


나 : 답답함이 어떤 것으로 변해 영화 스크린에 떠오를 거야. 하나 두울 셋!

학생 : (시간이 흐른 뒤) 아무것도 안 떠올라요..


나 : (진짜 강적이군. ㅋㅋ)

이쯤 되면 대책 없어 보입니다. ^^

상대가 이 정도면 역량이 필요합니다. 내담자와 공감하는 능력, 모르고 있거나 혼란 속에서 헤매는 내담자에게 문제를 보게 하고 드러낼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을 말이지요.


나 : (오감으로 안내해 주자) 뭐 보이니? 모양이라든가 색깔이라든가..

학생 : 아뇨.

나 : 어떤 느낌은?

학생 : 아뇨.

나 : (촉각도 아니군) 소리는 들리는 지? 시끄럽거나 듣기 싫은 소리 같은 거..

학생 : 네. 들려요.

나 : (드디어 찾았다!!) 뭔데?

학생 : 개새끼.


드디어 찾았습니다. 아.. 오래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전형적인 수순으로 돌아가죠.


나 : 개새끼와 관련해 떠오르는 기억 있어?

학생 : 운동회 때인데요..


사건 :

초등학교 2학년 때 운동회에서 달리다가 실수로 옆 라인으로 넘어가 옆에서 뛰던 친구 발 걸어 넘어뜨림. 다친 친구를 데리고 보건실로 감. 그 친구에게 연신 사과했으나 받지 않고 개새끼! 라고 함. 미안함. 답답함. 치료 받고 나와서도 그 친구가 계속 따지기에 얼굴 한 대 치고 다시 보건실가서 치료받음. 더 미안해짐. 그 친구가 꺼져라! 고 했음. 화해 없이 끝남.


보충 설명 :

개새끼, 꺼져라 는 생전 처음 듣는 욕 - 말 그대로 개같이 된 것 같은 느낌. 모욕감. 분노

이때 느낌은 주로 답답 - 자신의 사과, 심정을 이해 안 해주고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니까.

그때 목과 어깨가 뻐근하게 아팠음.

그 이후로 친구들이 욕하면 그 생각만 남. 그래서 같이 욕하고 싸움. 본인도 그 생각이 나면서 싸우기 때문에 실은 그때 친구하고의 감정에 자신이 지금까지도 화나고 싸운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음.


세션은 제가 늘 하는 대로 잘 했습니다.


세션 후 아이에게 설명해 줍니다. 이 절차는 해주면 좋습니다. 결국 세션하는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에게 힘을 키워주고 생활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진정한 상담, 세션이기 때문입니다. 내담자가 어디까지나 주체죠. 주체와 보조자를 혼동하지 마세요.

설명이란 아이에게 증상의 의미와 현재 행동의 이유 등을 이해시키는 것이죠. 내담자가 자신의 모습에 대해 통찰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통찰할 때 비로소 수용이 일어납니다. 수용이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깊이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밀쳐 내버린 것을 다시 받아들여 내면에서 통합하는 것인데, 이것이 안 되면 골치 아픕니다. 사람은 밀쳐 내버렸기에 깨져버린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에서는 질병으로, 외부에서는 사건과 사고로 보정을 합니다. 이 악순환을 깨는 것은 오로지 수용과 통합, 통찰, 통일, 순응, 사랑 등에 있습니다.


나 : 너가 학교에서 늘 아이들과 싸우는 것은 사실 그때 일로 싸우고 있는 거야? 알지?

학생 : 네. 알고 있었어요.

나 : (알고 있었어? 제법이군) 그리고 목이 이따금 아픈 건 그때 답답함과 분노 등을 목에 저장해서 그래? 알지?

학생 : 오늘 알게 되었어요.

나 : 그리고 아이가 싸울 수밖에 없는 삶, 아픈 기억 등을 말하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학생 : 자기 모습에 대해 수용한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과거와 연관 지어 동시에 다루는 데만 그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야죠. 앞으로의 모습까지, 즉 미래까지 짚어주고 넘어갑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의 인지, 정서, 행동변화이니까요. 앞으로 생활하면서 부딪힐 문제에 대한  해결력을 키워줍니다.

해결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계속 상담자를 찾아올 것입니다. 상담, 세션의 최종목적은 내담자가 혼자 힘으로 기능할 수 있어 더 이상 찾아 오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상담자라면 내담자를 하루 빨리 떠나보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죠.
거듭 강조하지만 주체는 내담자입니다. 주체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세요.


나 : 앞으로는 욕을 들으면 어떻게 할까?

학생 : 참고.

나 : 아마 화가 훨씬 덜 날 거야. 그리고 화가 난다면 그냥 참기만 하면 안 되지. 정당한 표현은 필요해. (계속 설명한다)

학생 : 네.


이번 세션은 더 보람 있었습니다. 읽어 주셔 고맙습니다.^^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입니다. 글이란 게 그래요.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착각하게 만들죠. 사실 이 아이가 당장 모범생이 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문제행동이 싹 사라졌으며 원만한 교우관계로 휙 바뀐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 글을 읽으셨다면 환상에 빠지신 겁니다. 정확히 세션한 만큼의 변화가 내면에 생긴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외부로 드러날지 그리고 언제 드러날 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이해와 사랑을 가지고 상담과 세션을 할 뿐입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협력의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는 것이지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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