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심장을 두드리다

by 살랑바람 posted Nov 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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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엄마한테 갔습니다.

아버지랑 너무 의견이 안맞아서 죽을 지경입니다. 아버지도 문제지만 엄마도 참 집착이 강합니다. 아버지가 약 2년 전부터 인생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 버리고 계속 수면제와 담배로 사실려는 문제로 매번 다투고 속상해 하십니다. 아버지가 두달 전 허리 대수술도 했고 문제가 한둘이 아닌 상태죠. 어쨌든 제가 요 몇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가보곤 했습니다. 가면 내가 해결해 드릴 상황도 아닌 것 같아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었죠.

그런데 제가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 사고를 지운 뒤에는 참 즐거운 마음으로 일주일을 살았습니다. 그러니 가는 발걸음이 가볍더라구요.

엄마는 아버지 문제로 옛날부터 심장을 자주 앓아 왔는데 그 날도 심장이 뻐근하다며 약을 먹으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약 먹지 말고 eft 한번 해보자고 했죠. 엄마는 흔쾌히 받아 들이셨어요. 원래 배우는 일에 열성이신 분입니다.

우선 간단히 설명드리고 수용확언을 세 번 말하면서 두드렸어요.

 -나는 남편이 수면제 문제로 속썩일 때마다 괴로워서 못견디고 심장이 뻐근하고 아프지만 이러한 상황을 모두 내려 놓고 나자신을 온전히 받아 들이고 사랑합니다.-

처음엔 수치가 8이라고 하셨어요. 두 차례 정도 하고 수치를 물었는데 엄마가 음-하고 생각할 동안 내 마음에선 5라는 말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더니 정말 엄마가 5라고 하시는거예요. 예전에 남편 할 때도 수치를 맞추더니만...귀신이 다 됐어요. ㅎㅎ

쇄골호흡도 하게 하고 넋두리 eft를 주로 하면서 한 번 더 하고는 계속 손날을 두드렸어요. 이젠 수치가 2라고 하는데 엄마가 선택 확언을 알아서 하시더라구요

 -내 심장은 편안합니다.

그래서 옳다 됐다 싶어서 지난번 혼돈님이 하셨다는 말(푸른숲님이 전해 준)을 응용해서

 -아, 난 왜 그렇게 심장이 튼튼한거야?

- 완전 강심장이야.

이런 말을 하게 하는데 엄마가 막 웃더라구요. 나도 같이 웃으면서  엄마의 심장을 상상해 보라고 했더니 심장이 웃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 이젠 아버지가 속 썩일 때마다 웃는 심장을 떠 올리며 강심장! 하고 외치세요.

-강심장! 으하하하

-강심장! 하하하 계속 웃었어요. 진짜 웃기더라구요. 엄마가 선희야 이제 하나도 안뻐근하고 시원하다. 숨이 잘 쉬어져. 너무 고맙다 이러시는 거예요.

아, 이 기쁨! 정말 이 맛에 자연스러움님도 세션을 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이어서 아버지를 해드리는데 역시나 아버지는 안되더라고요. 제가 미숙한 것도 있지만 워낙 부정적 사고로 평생을 사신 분이라 그런지 안 먹혀요. 그만 하라면서 그래도 하시는 말이 엄마를 더 해드리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귀도 쓸어주고 손도 잡고... 참 예전 같으면 나는 냉정한 사람이고 감정 드러내기를 꺼리는 편이라  아버지한테 살갑게 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부정적 감정이 사라지니까 내가 변한는걸 느끼겠어요.

돌아오는 길에 하늘은 파랗고, 길가의 가로수는 바람결에 울긋불긋한 축하편지를 마구 날려주고 있었죠.

그래서 나도 차 속에서 마구 소리쳤죠.

-아, 난 왜케 eft 잘 하는거야? 으하하하  완전 생쇼를 합니다.

 다음날 전화로 확인해 보니 뻐근함이 조금 남았다는 겁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일단 통증에 대해서만 건드려 본거죠. 진짜 문제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엄마의 프레임 문제잖아요. 시간이 없어서 그것만 하고 돌아왔지만 다음에 가면 아버지와 얽힌 엄마의 한을 풀어볼까 합니다. 방법은 서툴겠지만...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습니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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