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뉴런(Mirror Neurons)이란?

by 자연스러움 posted Jun 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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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익.” 귀 언저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거대한 버스의 앞머리가 들이 닥쳐온다. 그리고 그 앞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한 남자. 빼곡하게 들어선 시장통속으로 내달리는 그의 뒤로는 험상궂은 인상을 한 검은 추격자가 “거기서!”를 외치며 그를 뒤쫓는다. 길 한복판에 과일들을 뒤엎으며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크게 열린 두 눈과 숨에 차 헐떡이는 입을 보며, 손에 땀을 쥔다. 가만, 그러고 보니 우리들 역시 마치 그처럼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잔뜩 무엇인가에 긴장해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응급상황 하에서의 교감신경의 활성화가 현재 편안히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을 뿐인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다. 이때 자율신경계의 이상 작용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며 내일 당장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는 이유는, 이 다분히 일상적이면서도 기이한 상황은 알고 보면 우리의 뇌에 존재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제시한 길거리를 내달리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등의 청각적 정보와, 길가의 행인들을 헤집으며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모습이 보여주는 시각적 정보는 우리의 거울뉴런을 활성화시키는 대표적인 자극들이다. 감각기를 통해 수용된 시청각 자극은 신경계를 통해 뇌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위의 그림 상에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F5 sector)의 뉴런들이 활성화되는데, 중요한 점은 수용된 시각적 자극에서 비춰진 행동 혹은 청각적 자극과 연관된 행동을 직접 수행했을 때에도 역시 동일한 부분의 뉴런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1996년 Macaque원숭이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Mirror Neur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Giacomo Rizzolatti 교수에 따르면, 거울뉴런은 “관찰자가 자신의 내부적 상황을 마치 자신이 실제 그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둘 수 있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마치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DNA이후의 대발견”이라고도 칭해지는 미러뉴런은 그 정체를 조금씩 더 드러내게 되었다. 그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영화를 볼 때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 여성이 남성보다 감성적으로 예민한 이유, 장애인의 재활이나 자폐의 원인 규명, 정치적 비방광고의 효과가 좋은 이유등이 모두 거울뉴런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참을 수 없는 지적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거울뉴런은 위에 제시한 사례들처럼, 인간의 기초적인 생활에서 배어나오는 수많은 의문들과 필수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계를 비롯한 생활의 화두가 되어버린 거울뉴런에 대해, Giacomo Rizzolatti 교수는 2001년 발표한 "I Know What You Are Doing"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 작동 원리와 대상을 기술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거울뉴런의 작동 원리는 ‘뉴런의 Matching Mechanism’이라고 일축할 수 있다. 다른 개체의 행동을 이해하기위해서, 우리의 뇌는 관찰된 행동에 대한 정보를 특정 신경과 연결 짓는다. 본래 이 연결된 신경이 해당 운동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 그 운동을 실행한 것과 같은 뉴런의 활성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리적 역지사지를 경험하면서 다른 개체(상대방)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결(Matching) 과정을 통해 이해되는 행동들은, 사실 호사가들이 맘껏 부풀려놓은 것들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실험의 결과 거울뉴런은 단순한 손동작이나 어떠한 물체자체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거울뉴런은 어떠한 ‘행동’이 특정한 ‘물체’를 향해 목적을 가지고 움직일 때, 그 둘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만 활성화되는 것이었다. 또한 동종의 행동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원숭이의 거울뉴런은 사람의 행동에는 반응하였지만 사람이 도구를 사용하여 하는 행동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된다고 해도, 거울 뉴런은 말 그대로 “엄격한 면”을 가지고 있다. 거울 뉴런의 첫 번째 변별적 특징은 행위 목적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행동의 방법성까지 동일해야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바나나껍질을 벗기기 위해 손을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뉴런은, 동일한 목적인 바나나껍질을 벗기기를 위해 입을 사용할 때에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거울 뉴런의 두 번째 변별적 특징은 모든 행위에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운동일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Rizzolatti의 다른 연구논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거울뉴런은 행위의 의도를 구별하고 그에 따라 반응량의 차이가 생겨난다. 식탁이 깨끗하게 준비되어 있는 상황(A)과 어질러져 있는 상황(B) 두 가지를 제시한 후, 컵을 집어 드는 행위를 관찰하게 한다. 이때, 실험참가자의 거울뉴런은 상황A에 더 크게 활성화되는데,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우리는 거울뉴런이 우선적으로 행위의 의도를 변별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상황A의 함의를 더 익숙하고 관습적이며 기본적인 행동 레퍼토리(차를 마시려고 하는 상황)로 생각해 볼 경우,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은 ‘근원적 행동일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를 넘어서,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느냐까지 변별하여 활성화되는 거울뉴런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더 심화되고, 또한 보편화되어 널리 이용될 것이다. 더욱 깊은 논의 수준을 위해서는 거울뉴런자체에 대해서도, 그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탐구와 병행하여, 그것이 왜 생겨났는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져야한다고 본다.


거울뉴런은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전두엽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과, 두정엽(Parietal Lobe) 그리고 측두엽 뇌섬엽 앞쪽(Anterior Insula)에 위치한다. 전두엽은 “인간은 전두엽에 존재한다.”라는 말도 있을 만큼, 가장 최근에 진화적으로 확립된 뇌의 영역이다. 두정엽 역시 시각과 청각, 체지각의 통합을 담당하는 고위기관이며 뇌섬엽은 비교적 복잡한 사회경제적 위협을 예측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해볼만한 점은, 거울뉴런이 자리 잡고 있는 뇌의 각 부위들 모두가 인간의 고유의 특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울뉴런은 영장류를 넘어서 조류에게서까지 발견되며 척추동물의 공통적 소유물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그 기능적 측면과 뇌내(內)에서의 위치적 정보를 함께 생각해볼 때 인간이 인간으로서 발전하고 기능하기 위하여 축조한 진화적 결과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고한 두뇌속의 성채는 인간의 고등문화의 효율적인 전수를 가능하게 한다. 고도의 지적활동이나 행동일반에 대해서 우리는 거울뉴런을 통해 간접적 정보를 직접적 정보와 동일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을 수 있는 것도, 맹모가 그 힘든 이사를 세 번이나 한 까닭도 모두 거울뉴런 덕택이고,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의 진화적 가설은 마음을 읽는 모듈로서의 필요성이다. 인간이 사회를 구축해감에 따라서 더 많은 충돌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필요성이 생겨났다. 또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한 정보를 집단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통해, 거대해진 사회 속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 또한 생겨났다. 수많은 타인들에 대한 정보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하면 공동체의 기본 요건인 ‘상호 이타주의’가 성립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수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준 것이 거울뉴런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한 것과 같은 내적 상태로 만들어주는 작용을 하며 그 행동의 의도까지 변별한다. 이러한 작용은 인간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자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단순한 관찰로 인한 피상적 정보획득을 하던 영장류의 원숭이는 ‘뇌, 즉 마음으로 함께 느끼는’ 원숭이들의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한 협력 상황에서 고립되어 점차 씨가 말라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위에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I Know What You Are Doing" 논문의 결론인 ‘거울뉴런은 행동이 완전한 시각적 단서로 주어지지 않아도, 추론을 통해 그 행동의 목적성을 알고 완전한 행동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로 반응한다.’라는 사실 또한 거울 뉴런의 반성적 효과가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을 거들었을 것이다.


거울뉴런이 실재하는 F5 영역이 언어를 담당하는 Broca 영역과 상동기관(homolog)이라는 것 역시 생각해볼만한 점이다. 앞서 지적한 바대로 사회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해뿐만 아니라 그 이해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가장 강력한 요인이 바로 언어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를 생성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Broca 영역과 그 기원을 공유하고 있는 거울뉴런(F5영역)은, 두 영역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자연선택에 의해 우선적으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그 거울뉴런의 기능은 고차원적인 언어 학습과정을 지속적으로 도우며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원천적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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