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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Counselling)의 역사 >

 

"안녕하세요. 놀이치료사시죠?"

"안녕하세요. 아동상담사시죠?"

"안녕하세요. 심리치료사시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내게 붙여주는 타이틀이다. 그때마다 물론 나의 대답은 "네"이다. 그렇다면 나는 상담사일까, 치료사일까? 이러한 타이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 상담사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칼 로저스(Carl Ransom Rogers(1902~1987)) 자신부터가 이러한 싸움부터 시작했었으니까...


우선 '상담(Couselling)'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칼 로저스의 이야기부터 진행해야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상담(Counselling)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시 상담의 역사라 할 수 있는 그가 빠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엄격하면서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분위기의(religious and ethical atmosphere) 집안에서 6남매 중 4째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들은 매우 자상한 분들이었지만 사회적 관계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로저스가 12살 때 농장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가 농장에 있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사춘기의 자녀들을 도시의 유혹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고자 한 게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이곳에 있으면서 그는 나방 키우는 취미를 가지게 되고 또 그의 아버지가 농장을 과학적으로 경영하기로 생각하면서 자식들에게 농장을 나누어주었는데 로저스는 이 동물들(chicken, lamb, calves)을 키우며 과학적 영감을 키운 것 같다. 하나의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며 과학적 방법에 대한 지식과 존중을 얻게 되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로저스는 처음에 위스콘신 대학에서 농업 전공을 하였으나 졸업은 역사과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랑하는 여자(헬렌 엘리오트)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결혼 후 그는 또다시 목사의 꿈을 안고 신학대학을 가게 되는데 그 신학교는 그 당시 가장 자유스런 신학교였다(1924). 이 신학교에서 그는 놀랍고도 중요한 경험을 하는데 - 그 결과가 어떻든 자신의 생각과 느낌대로 흘러가는 자유스런 세미나의 경험 - 이러한 경험이 바로 그의 비지시적 상담의 모형이 된 듯이 보인다. 그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점차 자신의 신념을 키우게 되었고 또한 그 자신의 사고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로저스는 다시 전공을 바꾸는데 학교에서 공부할 때 그의 관심을 끌었던 심리학을 공부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그가 다니던 신학교의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콜롬비아대학교의 사범대학(Teachers' college Columbia University)에서 다시 공부를 한다. 또한 새로운 연구소인 Inaptitude for child guidance 에서도 근무하게 되는데 여기에 있으면서 그는 프로이트적 역동관(dynamic Freudian view)을 가진 사람들과 접하게 되나 그는 이 프로이트적 접근과 갈등을 느끼게 된다. 이 갈등은 그에게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로체스터에 있는 Child Study Department 라는 아동폭력방지협회에서 일하게 된다. 비록 보수는 $2,900로 적었으나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가정을 위한 직장이 생기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로저스는 이곳에서 어린이들과 상담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그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데 좌절과 성공의 연속에서 차츰 자신의 이론과 견해를 정립시켜 나가게 된다.


로체스터에 있는 동안 로저스는 두 자녀(다비드와 나탈리)를 키우게 되었다. 자녀들이 유아기와 아동기를 지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그의 직업적인 것에서 보다 더 많은 것들 - 개인, 발달, 관계-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1940년 로저스는 오하이오주립대학(Ohio state university)의 교수가 된다. 그가 대학으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Clinical treatment of the problem child'라는 책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학계에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자신이 매우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이를 구체화시키고자 노력했다. 1940년 12월에 미네소타대학에 논문을 제출했는데 그 반응이 매우 컸다. 이것은 그 자신의 견해가 타인에게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첫 경험이었다.


1942년 칼 로저스가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교수로 재직할 당시 "상담과 심리치료(Counseling and Psychotherapy)"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는데 그 당시 지배적이었던 의학적 그리고 정신분석을 모태로 하는 분석적인 관점을 벗어나 비의학적 그리고 비분석적인 관점에서 상담과 심리치료를 접근한 것이다. 로저스는 카운슬링은 내담자의 언동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자신의 입장을 '비지시적 심리치료'라고 불렀으며 이후의 연구에 대한 방향성까지 제공하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자살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난 칼 로저스는 "그런 사정이 있다면 자살할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 학생은 자리를 일어서며 '자살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다. 모든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고 꾸짖기만 했는데, 이제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준 사람이 있으니 자살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기본적 사상이 담겨있는 것이 바로  "내담자 중심치료(Client Centered Therapy)"이다.


1945년 로저스는 시카고 대학으로 옮겼는데 그곳에서 바로 위에서 언급한 그의 유명한 저서 "내담자 중심치료(Client Centered Therapy)"를 발표했다. 이는 상담자(counselor)와 내담자(client) 관계를 '치료하는 자-치료받는 자'의 관계가 아니라 내담자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상담기법을 '비지시적 심리치료', '내담자 중심치료'라고 부르며 이는 다른 말로 '인간중심(person centered)'이 되는 것이고 이를 '인본주의이론'이라 칭하는 것이다.


아무튼 시카고 대학으로 옮긴 로저스는 심리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학교 내에 카운슬링 센터를 세우는 등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당시  심리치료(Psychotherapy)는 정신과 의사만의 영역이었다. 또한 정신과 의사들의 차별이나 편견은 지금 이상으로 훨씬 심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처음으로 '카운슬링(Counsell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카운슬링이라는 용어는 1900년경, 사회활동가 프랭크 파슨(Frank Parsons: 진로상담(career counselling)의 창시자)이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후, 문헌상에 최초로 카운슬링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31년의 일이다. 하지만 당시 카운슬링 방법에 관한 교과서는 모두 진단기법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상담사들이 사용하는 '카운슬링'이라는 의미보다는 정신과 의사들이 사용했던 심리치료(Psychotherapy)의 의미가 강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therapy'가 아닌 'counselling'으로 이름을 변형시키고 시카고 대학의 카운슬링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한 칼 로저스였지만 여기에서도 정신과의사들의 방해는 심했다.


"면허도 없는 사람이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즉시 센터를 폐쇄시켜라"


이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심리치료'가 아닌 '카운슬링'이라고 용어를 바꿨는데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발은 예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시카고 대학의 학장의 이해와 도움으로 칼 로저스는 어려움을 뚫고 나아갈 수 있었다. 이 로저스의 새로운 흐름은 제2차세계대전 후의 카운슬링에도 영향을 미쳐 퇴역군인의 전쟁신경증이나 직업상 적응문제에까지 확대되었다. 즉, 퇴역군인의 심리치료와 연구를 행하는 카운슬러나 심리학자에게는 급여나 장학금이 주어져 직업 카운슬러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에도 영향을 미쳐 '카운슬러 심리사'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그는 다시 위스콘신 대학으로 옮겼는데 그는 그곳에서 심리학과와 정신의학과에서 강의하였으며 병원에 입원해있는 정신병 환자를 연구하였다. 이는 카운슬링(심리학)과 정신의학을 결합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심리학(카운슬링)과 정신의학을 하나로 묶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가끔씩 그를 정신과 의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후 1966년 로저스는 위스콘신 대학을 떠나 캘리포니아의 라욜라(La Jolla)에 있는 서부행동과학연구소로 옮겼으며 1968년에는 몇몇의 동료와 함께 라욜라에 인간행동연구소(Centers For Studies  of Person)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그의 시간의 대부분을 인간중심집단치료의 연구와 저술에 바쳤다. 그리고 1982년에 숨을 거두었다.


이러한 칼 로저스의 영향으로 상담분야는 이제 정신과 의사들이 아니라 심리학자들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 정신과나 신경정신과와 같은 병원이 아니라 나와 같이 서비스 기관으로 오픈한 상담센터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상담서비스의 시작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없다. 하지만 어느 설에 의하면 미군정청(1946-48)요원으로 내한했던 염광섭 박사와  Dr. Jones에 의해 상담분야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한편, 심리학자 성백선 교수(연세대학교)는 1946년부터 서울아동상담소의 모체가 된 문제아동자문기관을 운영하였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상담활동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상담은 본래 정신과 의사들의 영역이었다. 정신분석으로 유명한 프로이트가 정신과 의사였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라면 예나 지금이나 정신분석은 기본적으로 배우고 터득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정신과에서는 지금도 상담기법을 활용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내담자 중심치료'를 행하는 의사는 거의 만나보지를 못했다. 물론 현재 내담자 중심치료는 한물간 기법이며 비판도 많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런 이유라면 '정신분석'은 이미 존재가치도 없을 것인데 아직도 그렇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로저스 이후의 이론들, 즉, 행동수정이나 인지치료 등은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그런데 유독 '내담자 중심치료'를 행한다는 병원이 없는 것은 왜일까? 이러한 의문은 성인상담에 대한 의문만도 아니다. 아동상담도 마찬가지다. 아동상담의 대표격인 놀이치료도 역시 정신과 의사들에 의해 시도되었었다. 하지만 현대의 놀이치료는 역시 로저스의 제자인 액슬린에 의해 보급되었는데 이 시점부터 역시 정신과 의사들의 영역과 멀어지게 된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유가 뭘까?


아마도 심리학자에게 빼앗긴 의사들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특히 '칼 로저스'라는  개인에 대한 무언의 항의 표시는 아닐지 모르겠다. 물론 너무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 여기에는 칼 로저스에 대한 이론이나 사상 등은 생략했습니다.



< 상담사(Counselor)일까 심리치료사(Psychotherapist)일까?  >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나는 상담사인지 심리치료사인지 내 타이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아직도 확신이 서질 않는다. 여기에 덧붙여 주위에서 나를 지칭하거나 소개할 때 정말이지 타이틀이 다양하지만 나는 딱부러지게 "이렇게 불러주세요"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 타이틀들을 정리해보면 '놀이치료사', '아동상담사', '아동심리상담사', '상담사', '상담가', '심리치료사', '아동심리치료사', '아동상담전문가', '아동발달전문가', '아동문제전문가', '임상심리사' 등 정말 어떤 게 올바른 타이틀인지 내 자신조차 모를 정도로 다양하게 불리우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나를 '의사'로 오해하기도 하고 '심령술사'나 '점술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이보연'이라는 직책을 타이틀로 가지고 있다. 왜 이런 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이유로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상담의 역사가 짧다는데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가 짧기 때문에 현재 통일된 용어나 통합된 단체가 없다.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기법이 생겨나고 그것을 토대로 학회나 단체를 만들어 자격증을 발급하고 바로 활동을 시작해 버린다. 이는 또한 국가적 법률과도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면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운전을 하고 의사면허증이 있어야 병원을 개업하도록 국가에서 발급하는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아직까지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통일된 용어나 자격증이 있을 수 없다. 비록 학회나 관련단체에서 자격증을 발급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자격증으로서 어떠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누구나 상담사가 되고 심리치료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심리치료와 관련된 자격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하는 국가공인자격증이다. 또한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도 '임상심리사'라는 국가자격증을 발급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다음에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나중에 하기로 하자. 혹자는 청소년 상담사도 심리치료 관련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발급처(문화관광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신병리와 관련된 부분이라기보다는 청소년들의 비행과 관련된 것을 주로 다루는 학생지도의 성격의 강한 것이기 때문에 예외로 한다.


두 번째가 '상담의 역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신과 의사들과의 마찰 때문인데 이는 현재 미국에서는 확실히 구분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바로 그 해석상의 오류 때문에 아직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바로 'therapy'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therapy'란 약이나 수술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병을 고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병을 고치는 사람은 의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therapy'라는 용어는 엄격히 말해서 '치료'인 것이다. 결국 치료는 법률적으로 의사만 행할 수 있는 것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로저스가 'Counselling(상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당시 'Psychotherapy'라는 용어는 원래 정신분석 등의 심리치료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즉, 프로트 이전까지는 의사라면 모두 약물처방을 하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프로이드가 정신분석을 들고 나오면서 약물대신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기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방법을 구분하기 위해서 'Psychotherapy'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로저스가 나타나 이 용어에 도전장을 내게 되고 결국 이것과 구분 짓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용어인 '상담(Counselling)'이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로저스가 끝까지 '상담'이라는 용어를 지키고 일관되게 밀고 나갔다면 확실히 '상담'과 '심리치료'가 구분 되었을텐데 또 다시 이 둘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결국, 자신이 그렇게 원하고 원했던 'Psychotherapy'라는 용어마저 의학계로부터 빼앗아 버리게 된다. 그때부터 ' 심리치료(Psychotherapy)'라는 용어는 프로이드 시대의 심리치료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 당시 의사들이 조금만 양보하고 로저스를 인정했더라도 '카운슬링'이라는 용어는 최소한 심리학계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며 이처럼 용어의 혼란까지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의사 자신들도 적극적으로 로저스의 심리치료기법을 받아들이고 배웠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상담'이나 '심리치료'분야를 심리학계에 넘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대와 거부가 결국은 자신들이 그렇게 지키기를 원했던 자신들의 '심리치료사(Psychotherapist)'라는 용어마저 로저스에게 빼앗겨 버리는 아이러니를 범하게 된다.


아무튼 현재 미국에서는 상담사(Counselor) 혹은 '심리치료사(Psychotherapist)'와 정신과 의사(psychiatrist)의 구별이 확실하다. 물론 각 주마다 법률이 다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어느 주에서 자격증을 발급하고 인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미국에서는 주로 주정부에서 관련법규를 만들어 엄격히 자격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주정부법에 따라 자격증을 발급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관련학회나 단체에서도 역시 민간자격증을 발급한다. 하지만 자격증의 이름이나 자격종류는 다양하며 또한 주 정부마다 발급규정이 다르기때문에 각 주에서 취득한 자격증은 그 주에서만 인정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심리치료사(Psychotherapist)와 비슷한 용어로 심리사 혹은 심리학자로 번역되는 'Psychologist'라는 용어가 있는데 어떤 주에서는 심리치료사와 심리사를 같은 직업으로 취급하는 곳도 있고 또한 어떤 주에서는 상담사에 이 모든 직업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임상심리사'로 번역되는 'clinical Psychologist'라는 용어도 가끔 동일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럼 먼저 미국 워싱턴주의 개정법규(Revised code of Washington)에 '상담사(counselor)'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http://www.leg.wa.gov/RCW/index.cfm?section=18.19.020&fuseaction=section


'카운슬러'는 유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는 개인, 개업의, 세러피스트 또는  정신과 의사나 이 법률조항에서 정의한 목적으로 일을 하는 최면술사를 말한다


("Counselor" means an individual, practitioner, therapist, or analyst who engages in the practice of counseling to the public for a fee, including for the purposes of this chapter, hypnotherapists.)


또한 '카운슬링이란 정서, 감정, 행동 등의 문제와 관련된 즉,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돕거나 해결해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Counseling" means employing any therapeutic techniques,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social work, mental health counseling, marriage and family therapy, and hypnotherapy, for a fee that offer, assist or attempt to assist an individual or individuals in the amelioration or adjustment of mental, emotional, or behavior!!al problems, and includes therapeutic techniques to achieve sensitivity and awareness of self and others and the development of human potential. For the purposes of this chapter, nothing may be construed to imply that the practice of hypnotherapy is necessarily limited to counseling.


내용을 정리해보면 어떤 경우든 상담에 대한 대가를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직장이나 가정에서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는 사람은 '상담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상담이란 심리적 병리나 문제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원조하거나 도와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심리사(학자)(Psychologist)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심리사'는 심리학적 원리나 방법을 응용해 인간행동을 관찰, 평가, 해석하거나 혹은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적응 행동을 제거하거나 막을 목적으로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목적을 위한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 가족, 단체, 조직 그리고 대중을 대상으로 하지만 반드시 제한적이지는 않는다. 또한 무료든 유상이든 상관없다.'


The "practice of psychology" means the observation, eval!!!uation, interpretation, and modification of human behavior!! by the application of psychological principles, methods, and procedures for the purposes of preventing or eliminating symptomatic or maladaptive behavior!! and promoting mental and behavior!!al health. It includes, but is not limited to, providing the following services to individuals, families, groups, organizations, and the public, whether or not payment is received for services rendered:


여기서는 그 정의가 훨씬 광범위하다. 즉, 심리적 문제나 병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심리학적 관점에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다만 심리치료사와 같은 전문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자와 같은 연구자들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상담사'는 반드시 등록을 해야한다(RCW 18.19.030-Registration required). 이 말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 주정부에 '나는 놀이치료사로서 활동을 하겠습니다' 하고 등록을 하면 허가를 내주는 사람에 한해서 상담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자격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나와 같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싶은 사람은 관할 세무서에 가서 등록을 하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에 psychologist는 반드시 자격증이 필요하다(RCW 18.83.020-License required). 즉, 이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psychologist'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상담사들이 자기 소개를 할때 '나는 어느 주 카운슬러로 등록된 psychologist 누구누구 입니다' 라는 식으로 소개를 한다. 미국에서는 심리학계가 막강한 파워가 있기때문에 psychologist 또한 그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다.


우선 뉴욕주에 대한 관련법규를 보았는데 미국의 다른 주들도 대부분 대동소이하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논의해 왔던 그리고 우리의 관심대상이었던 심리치료사(Psychotherapist)라는 용어는 실제로 미국에서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카운슬러와 동의어로 사용되거나 혹은 문헌상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그리고 개인적 호감도에 따라 사용되는 용어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따라서 '상담사'와 관련된 용어라고 한다면 'counselor'와 'Psychologist'로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counselor'는 하나의 직업을 의미하고 'psychologist'는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를 의미하는 '자격의 이름'인 것이다. 조금 헷갈릴 수 있지만 '요리사'와 '조리사'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즉, 요리사는 조리사 자격증이 없어도 식당의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도 '요리사'라고 말할 수 있지만 '조리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조리사'는 국가에서 나오는 자격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리사'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요리사'라고 말할 수도 있고 '조리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때 '요리사'라는 의미는 직업을 말하는 것이고 '조리사'라고 말할 때는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Counselor'와 'Psychotherapist'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역시 결론은 나지 않는다. 사실 현재는 이 두 가지의 용어가 이미 깊숙히 침투해있기 때문에 그 구분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또한 이 용어를 만들어 낸 로저스가 정확한 구분을 만들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차이점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혹자는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똑같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서는 '상담사'와 '심리치료사'를 거의 동일어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이다. 영어로는 같이 사용한다하더라도 해석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상담(사)'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playtherapy'와 같이 "~therapy'가 들어가는 용어는 '요법'으로 해석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놀이치료'를 '놀이요법'으로 '놀이치료사'를 '놀이요법사'로 부르는 것이다. 그럼 요법과 치료는 어떻게 다를까? 이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말이니 국어사전(연세 한국어사전, 두산동아, 1999)을 찾아보도록 하자.


요법: 병을 치료하는 방법

치료: 병을 낫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일


이것만 보고서는 사실 '요법'과 '치료'가 어떻게 다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치료'라는 단어를 피하기 위한 가장 비슷한 최적의 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웃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치료(사)'라는 용어 대신에 '요법(사)'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치료'를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사실 처음 상담센터를 개업할 때 우리 인터넷 한글주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보연 놀이치료실'로 사업자등록을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괜히 시시비비에 휘말리기 싫어 결국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로 사업자등록을 낸 것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라 치료라는 말을 좋아해서였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업하는 상담사들은 '심리치료센터'가 아니라 '심리상담센터'로 '놀이치료센터'가 아닌 '아동상담센터'로 등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론적으로 놓고 보면 로저스 때문에 오히려 용어의 혼란이 더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로저스는 왜 그렇게 차별을 받으면서 그렇게 험한 고생을 하고 '상담'이란 용어를 만들었으면서 의사들이 반대를 한 '심리치료'라는 용어에 그다지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그의 책을 보면 'Psychotherapy'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거의 없으며 또한 실제로 그 자신이 'Psychotherapist로 불리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했었다고 한다. 아마 끝내 그 용어를 의사들로부터 빼앗음으로서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의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그 자신이 의사에 대한 콤플렉스를 그렇게라도 메꾸고자 했던 심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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