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여고생입니다.
녀석 발랄하고 시원한 성격인데 은근히 그늘이 있습니다.
하긴 그러니까 제게 상담 받으러 왔지요.
본인 고민 중 하나가 친구들이 뭐 하자고 하면 거절이 어려워 속으로 싫은데도 그냥 끌려 다닙니다.
그렇게 놀다보니 하고 있는 공부도 방해받고... 학교생활이 너무 한심해 보이니 우울했답니다. 이러한 문제도 있고 다른 것까지 겹쳐서 급기야 우울증이 왔습니다.
학생 :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약 받았어요.
나 : 먹냐?
학생 : 그래야 하는데 다시 못 가겠어요. 우리 집에 돈이 없어서 또 가기가 그래요. 부모님께 죄송해서..
나 : (아.. 마음 아프다. 이 녀석을 잘 도와주어야지...) 왜 거절을 못할까?
학생 : 거절하면 싸우게 되고
나 : 싸우면 어떻게 될까봐?
학생 : 헤어질까봐.
나 : 싸우면 헤어져?
학생 : ... 네...
나 : (비합리적 신념이 있군. 싸우면 헤어진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 왜 그런 생각을 할까?
학생 : ....
나 : (대강 감이 옵니다. 그 감을 확인합니다) 부모님이 자주 다투셨나?
학생 : 네.
나 : 싸우실 때 이혼하자고 하셨겠네?
학생 : 네.
뭐.. 여기서 대화는 끝입니다. 원인을 알았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싸우면 정말 위태함을 느끼죠. 저러다 이혼하면 난 어떻게 되나? 후.. 생존의 문제이지요. 그러다보니 헤어짐에 대해 두려움이 있습니다. 헤어짐을 유발하는 것은 다툼이고. 내담자는 이러한 인지도식 때문에 평소 싸움을 피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이슈를 해결합시다!!^^
부모님의 여러 다툼 중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사건으로 갑니다.
학생 : 중 1때요. 그 때는 두 분이 격렬하게 싸웠어요. 그러다 엄마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나 : 헤어지자는 말씀은 그전까지는 없었어?
학생 : 네. 그때가 처음이죠. 그래서 전 엄청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전 아빠하고 살라고 했어요.
나 : 헤어지면 너에게는 정말 큰일이지... (중략).. 그리고 엄마가 널 싫어하는 것 같아서 섭섭하고 거부당하는 느낌도 드는 등 크게 감정이 요동쳤겠구나.
학생 : 네에~~.
영화관으로 갔는데 참 열심히 웁니다. 저토록 많은 눈물을 그간 담고 살았다니. 참! 후련하겠다. 한참을 세션 후 다시 장면으로 갔더니 장면이 바뀌었습니다. 싸움도 없고 가족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보통 이 수준으로 장면이 바뀌면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좀 더 한다고 하면 가장 갈등이 있는 사람과의 장면을 처리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만으로는 (물론 여기까지도 좋지만) 좀 부족하다고 봅니다. 마무리는 확실해 해야죠. 가장 갈등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 그리고 분위기 전체까지 처리의 범위에 넣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룹니다.
그래서 나를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했던 어머니에 대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어머니에게 충분히 토해내도록 시키고, 어머니를 이해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화해시키죠. 또한 아버지에게 느꼈을 것 역시 마찬가지로 처리합니다. 그 당시 집안의 분위기도 처리. 마지막으로 싸우면 헤어진다고 하는 비합리적 신념에 대해 확고히 수정시켜줍니다. 이슈중화의 범위가 더 넑고 깊게 중화합니다. 단 한번의 세션에서 이슈들을 더 많이 건드리게 됩니다.
나 : 이 이야기 누구에게 말 한 적 있어?
학생 : 아뇨. 선생님이 지금 처음이예요.
나 : 기분 어때?
학생 : 속이 시원해요~~!
위 세션은 두 번째 만났을 때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총 3번 만났습니다. 3회 동안 이런 저런 세션과 이야기를 했지요.
나 : 이번이 3번째인데 처음 봤을 때보다 얼굴표정도 밝고 생기 있네?
학생 : 네. 좋아요.
나 : 약 먹을 필요 있어?
학생 : 아뇨. 우울하지 않아요. 요샌 생활도 잘 되고 기분도 좋아요.
나 : 우리 다음주에 다시 만날까?
학생 : 아뇨. 더 이상 고민 없어요. 헤헤^^
물론 부모님의 싸움에 대한 세션을 한번 했다고 해서 우울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우울을 유발한 다른 것들도 상담을 통해 없애고 바꾸었지요. 운 좋게도 주변 여건도 잘 풀렸습니다.
또한 가벼운 우울증이고 게다가 만성이 아니어 쉽게 끝냈습니다.
암튼 단 3회. 시간으로 따지면 2주 만에 우울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신경정신과에서는 어떤 소견을 내릴지 모르지만. (즉 의학적으로는 어떤 진단일지는 모르나) 그래도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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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션을 통해서 중화시키고자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죠.
그 사건 속에 감추어진 감정, 즉 에너지죠. 그 에너지가 억눌려지고 외면당하고
그래서 지금의 내담자를 힘들게 짖눌렀던것이죠.
그것은 보통 육체적 정신적인 증상으로 발현되지요. 이 학생의 경우 우울을 가장한 위급함, 거절 거부에대한 두려움이었겠지요.
현재가 나를 힘들게하고 자신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에 억눌려지면
그 정신적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 신체적인 증상으로 전이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선생님께서 세션을 통해 바로 그 감정들을 잘 일깨워 주셨네요.
우리는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히려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합니다.
그래서 보다 더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게됩니다.(-거짓-자아가 아닌 순수한 자신에게로)
따라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신의 모든 증상(육체적, 정신적)은 비록 그것이 괴롭고 피하고 싶은 것들이지만
자아가 아닌 자신이라는 존재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것이지요.^^
나무선생님 생생한 사례 앞으로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조화와 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