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얼굴과 작은키... 야무진 모습의 아이가 다리를 끌며 보건실에 왔습니다.
여기저기 거의 한 시간 내내 통증부위를 물어보고 테이핑으로 치료하고 효과를 묻고 다시 치료하고.... 보통은 그 만큼 치료를 하면 통증 10개 중 절반 이상은 없어져야 함에도 아이의 통증은 여전히 8~9개라고 합니다.
순간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일단은 아이를 돌려보내고 다음날 다시 오라했습니다.(병원에 갈 상황도 아닌 듯 했고 부모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니....)
이번에도 아이는 여전히 다리를 절룩거립니다.
사실 저의 치료에 그처럼 반응 안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자만심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의 다양한 근? 골격계 증상이 그리 심각할만한 것이 없기도 하거니와 여기저기를 만지며 테이프를 붙여 주다 보니 플라시보 효과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런 치료가 전혀 통하지 않는 그 아이는 저를 무력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아이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 ....
‘그래 바로 그거야! TMS' 분노나 불안 등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관심을 신체로 돌려 각종 증상을 만들어 낸다는....
그래서 물었습니다.
“혹시 화나거나 불안하거나 누군가에게 말을 해야 하는데 말하지 못한 일이라도 있니?”
라는 질문에 아이는 담임선생님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그 큰 눈에 눈물이 가득고입니다. 아이는 선생님의 계속되는 폭언에 큰 상처를 받고 있었고 그런 아이를 대하는 같은반 친구들의 태도에 화가 나 있었지만 산처럼 큰 상대인 담임선생님에게는 화를 낼 수도 화해를 청할 수도 없고 집에서는 아이만 탓하니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아 다리를 질질 끌만큼 몸을 아프게 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반의 담임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저에게 무릎을 치료받았고 그 후 방광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전형적인 TMS를 가진 사람입니다. 과중한 업무와 경쟁으로 인한 상처와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전가하고 있고 본인의 몸도 여기저기를 돌아가며 아프게 하는....
아이에게 우선 통증의 이유를 설명해줬습니다. TMS의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은 본인이 겪고 있는 통증이 그러한 불편한 감정으로 인한 것임을 아는 것이라 “통증혁명”에서 배웠거든요^^
그리고 어설픈 세션을 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너는 이기적이고 못된 애야!”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그 날로 돌아가 선생님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게 했습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더니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역시 초보라....
그렇지만 질질 끌던 다리통증은 멀~쩡하게 없어졌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무의식입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얘기하고 아이들의 몸을 만지고 나면 늘~ ‘나는 힘든 일을 하고 있고 어린애들에게 나의 기를 모두 빼앗겼으니 나는 녹초가 된다’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팬다처럼 다크 써클을 그리고 맥없이 앉아 있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만큼 그들은 저의 에너지를 증폭시켜 저에게 되돌려 준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시는 신민철 선생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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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의 역동을 보면 담임샘을 AKEFT 해 주셔야 겠네요^^ ㅋㅋ
다리끌던 모습이 사라졌을때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잘 읽었습니다~